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여러모로 싱숭생숭한 여름방학이네요. 집회에 다녀왔어도 뭔가 개운하게 풀리는건 없어보여요.
9월~10월 도서는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입니다.
정말 간만에 너무나 재미있는 책을 읽었어요.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2학기 회비 안내는 정기민 선생님께서 안내해주실겁니다.
<도서 내용>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순수한 탄소결합물인데 결합 방식이 살짝 다르다. 그것이 둘의 운명을 갈랐다. 탄소 원자 하나가 다른 탄소 원자 3개와 같은 평면에서 손잡으면 흑연이 된다. 어떤 탄소 원자도 아래나 위로 입체구조를 만들지 않아서 조금만 힘을 주면 층과 층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이런 성질 덕분에 흑연은 연필심으로 만들어져 화가와 작가와 과학자들이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고 다듬고 표현하는 도구가 되었다. 미술과 문학과 과학의 발전에 흑연만큼 큰 기여를 한 물질이 또 있을까?
탄소 원자 하나가 다른 탄소 원자 4개와 결합해 3차원 구조를 만들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뭉쳐 균질한 결정을 이루고 있 어서 다른 물질로는 자를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시야를 흐리는 불순물이 전혀 없어서 굴절된 빛을 영롱하게 내뿜는다.
사람들은 그 단단함과 영롱함에 영원한 사랑에 대한 소망을 투사했다. 똑같은 탄소인데도 결혼 예물이 된 다이아몬드가 부여받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는 증거는 없다. 남자가 보유한 권력과 재산의 크기를 증명하는 수단으로는 훌륭했지만 그 영롱함으로 사랑의 환희를 북돋운 건 짧은 순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책임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사랑을 빛바래게 만든 시간에게 물어야 한다.
개미는 암수 결정 방식이 특이하다. 생물은 보통 염색체 수가 2n개인 '두배수체'다. 그런데 개미 수컷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염색체수가 n개인 '홑배수체'다. 어미 염색체 2n개의 절반만 가지고 있다. 반면 수정란에서 태어나는 암컷은 어미와 아비한테서 받은 유전자를 다 지니고 있다. 여왕개미가 수컷 한 마리와 교미해서 받은 정액을 보관해 두고 계속해서 난자를 수정한다고 하자. 이 경우 딸들은 75퍼센트 확률로 유전자를 공유한다. 계산 방법은 간단하다. 아비의 염색 체는 원래 n개뿐이어서 모든 딸이 똑같은 것을 받는다.
딸들의 유전자는 일단 절반 완벽하게 동일하다. 여왕개미의 유전자는 염색체 감수 분열을 통해 절반만 딸에게 넘어간다. 딸들이 모계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은 50퍼센트다. 절반인 아비 유전자는 모두 같고 나머지 절반인 어미 유전자는 50퍼센트 확률로 공유하니 자매 개미들의 평균 유전 연관도는 75퍼센트가 된다. 양성생식을 하는 다른 종의 형제자매 유전 연관도 50퍼센트보다 높다.
<저 먼 곳에서 가을이 올라오고 있다고 해요. 가을은 부디 곁에 오래 머물러 주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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